2026. 5. 24. 00:49ㆍ여행
시드니에서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으로는 어딜 가볼까 침대에 누워서 고민을 한다.
인터넷을 보는데 시드니에 '달링하버'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달링하버라면 물가에 있는 아파트를 팔 때 단골로 나오는 멘트인데, 한 번 실물을 보자 싶어서 가보기로 한다.
달링하버에는 시드니 라이트레일이 다니는데, 마침 여름동산 인근에도 라이트레일 역이 있어서 라이트레일로 이동한다.

여기는 역 이름이 여름동산이 아니라 주모의 동산이다.
주모가 술을 팔아서 꽤 큰 돈을 만지셨나 보다.

시드니트레인스와 동일하게 역 내에 이런 개찰구가 있다.
똑같이 오팔 카드와 신용카드로 탑승하면 된다.

라이트레일이라고 하지만 사실 트램이다.
이 동네에서는 전용 선로로 운행하지만, 시내로 가면 트램으로 변신한다.

내부는 우리 지하철과 다른 점이 없다.

일단 브런치를 먹으러 달링하버까지 가지 않고 Wentworth Park 역에서 내린다.
역 앞에는 동충하초들이 있다.
호주의 동충하초는 엄청 크게 자라서 고가도로를 지탱하는 데에 사용된다. (아님)
스스로 빛도 밝힌다.

왠지 사진을 잘 찍으실 것 같은 어르신.

Bean & Co.라는 카페다.
주택가에 있는 동네 카페인데, 사람들이 많았다.

메뉴가 꽤 많다.
메뉴가 많은 카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앞에 호주 대가족이 단체 주문을 해서 사장님이 도저히 주문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만드시는 음식을 주문하려고 기다리다가 서빙을 기다리는 음식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런데 혼자서 식사를 하는 백인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건다.
"You shouldn't be taking those pictures, those are someone else's food." (니 음식이 아니니 사진 찍지 말아라)
어이가 없어서 진심 인가 하고 쳐다봤는데, 할머니의 눈에서 외로움과 분노가 읽힌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후줄근한 반바지에 오랫동안 미용실에 가지 못 한 머리, 테이블 위에는 가장 저렴한 계란 프라이, 사워도우 그리고 드립 커피 한 잔이 있을 뿐이다.
그 짧은 순간, 그 할머니의 가슴 깊게 사무친 외로움을 느껴버렸다.
백인 아저씨 사장님도 적잖이 당황하셔서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셨다.
그래서 바로 에그 베네딕트와 플랫 화이트, 그리고 오렌지 주스를 시키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로 결제해도 되냐고 물어보며 반짝이는 메탈 플레이트 카드를 내밀었다.

아무리 사회에서 소외되었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
오렌지 주스는 진짜로 오렌지를 착즙 한 맛이다.
플랫화이트는 좀 평범하다.

그런데 에그베네딕트는 진짜 맛있다!
빵의 아주 얇은 겉표면이 마치 코팅한 것처럼 바삭해서 에그베네딕트의 소스와 정말 잘 어우러졌다.

브런치를 먹고 달링하버로 천천히 걸어간다.
호주는 옛날 간판이 많다.

달링하버에 도착한다.
음~~
뭐가 아름답다는 거지?

며칠 전에 본 PwC와 KPMG 건물도 보인다.

당황스러워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주로 달링하버 재개발 성공사례가 많이 나온다.
대충 아쿠아리움 만들고 아이맥스 영화관 만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 같다.
괜히 왔네 ㅡㅡ

달링하버를 돌아보다 보니 벤앤제리스 가게가 있다.
내 아주 절친한 동료였던 장원진 회계사(가명)는 벤엔제리스에 입사하는 것이 꿈일 정도로 이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부러 하나를 주문해서 그녀에게 이 사진을 보낸다.
몇 달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차단당한 듯)

달링하버에도 페리 정류소가 있다.
마침 3분 뒤에 코카투 섬으로 가는 페리가 있다고 한다.
코카투 섬은 시드니만에 있는 작은 섬인데, 캠핑 같은 것을 하러 가는 곳이라고 한다.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코카투 섬으로 간다.

맨 뒤에 앉아서 경치를 즐긴다.
도시 옆에 있는 바다인데, 물이 깨끗한 게 참 신기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약 15분을 와서야 도착한다.

코카투 섬으로 입장한다.
따로 입장료는 없다.
이 섬은 원래 조선소였고, 현재에도 선박 수리 업체들이 조금 남아있다고 한다.
다만, 호주 조선업이 일본 조선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조선소들이 폐쇄하였고, 유휴 부지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코카투 섬인데, 코카투는 한 마리도 없고 오리만 많다.

콴타스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 시장에 도전했다가 같이 망해버린 바람에 이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에어 뉴질랜드의 여객기이다.
그냥 비행기가 낮게 날고 있길래 한 번 찍어봤다.

우리나라가 조선업계에서는 1위 같지만, 사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화물선만 건조하고 여객선은 거의 건조하지 않는다.
여객선이라고 하면 이탈리아 핀칸티에리社가 만드는 초대형 호화 여객선(일명 크루즈)이 있고, 이번에 한화가 지분을 인수하여 화제가 됐던 호주 오스탈社가 만드는 페리가 있다.
항상 왜 호주가 페리로 유명할까 싶었는데, 시드니에 오니 이해가 된다.

나도 시드니 살면 돈 모아서 요트 하나 사서 맨날 바다에서 놀 것 같다.

뭔가 그리스나 로마시대 유적 같이 생겼지만, 1940년대 유적이란다.
참고로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님이 1938년생이시다.

흙도 없는데, 나무가 자라고 있다.
뽑아서 흙에다 심어줘야 되나 싶다.

이런 건물도 시드니 사암으로 만든 건가 싶다.

민트색이 이쁜 조선소 사무실 건물

옛날에는 조선소 사장님이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지금은 숙박시설로 사용한다고 한다.

분홍색 꽃

하얀색 꽃이 엄청 피어있다.

꽃을 배경으로 시드니 시내를 한 번 찍어본다.

이런 곳에 있는 테라스에서 노닥거려보고 싶다. ㅋㅋㅋ

최대한 테라스에서 보이는 것과 비슷한 풍경을 담아 본다.
저쪽은 노스시드니라고 하버브리지 건너에 있는 시드니의 부도심이다.

갑분 유격훈련?
사진으로 보니 높이가 체감이 안 되는데

이 정도 높이다.
이걸 구멍 숭숭 뚫린 철제 다리로 건넜다.
나는 고소 공포증이 없는데, 있는 분들이면 절대로 못 지나가지 싶다.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섬 입구로 왔다.
다시 시드니 시내로 돌아간다.

날씨가 좋은 김에 오페라하우스를 다시 찍으러 가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달링하버 말고 서큘러키까지 간다.

서큘러키에서 로열보태닉가든으로 간다.
서큘러키에서 보면 로열보태닉가든이 어디에 있을까 싶은데, 사실 건물 하나만 통과하면 바로 나온다.

이 정도 날씨면 사진이 잘 나오겠지?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

음~
저쪽에는 구름이 많은 게 뭔가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본다.

그래도 시드니 시내 쪽은 배경에 구름이 많이 끼지는 않았는데......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뷰 쪽은 내가 원하는 정도의 하늘이 안 나온다. ㅠㅠ

구름이 좀 지나가길 기다려봤는데, 어림도 없다. ㅠㅠ
결국 이번 여행에서 오페라하우스와는 인연이 없다.

다시 시드니 중심가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탄다.

QVB 앞에 도착하니 정겨운 교포분들께서 한글로 된 표지판으로 나를 반기신다.
예루살렘에서 시작한 그리스도교가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거쳐 한반도까지 전파되더니, 이제는 한반도에서 다시 역방향으로 그리스도교가 전파된다.
문명이란 참 신기하다.

시내에서 직장 동료분들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
저 유칼립투스 사탕이 꽤 괜찮아서 많이 샀다.
마트에서 냉동 파스타 좀 사서 여름동산으로 돌아가서 먹었다.
마지막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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