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9. 02:23ㆍ여행
시드니에서 6일 차다.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아침부터 모텔에서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블로그는 신용이 없기 때문에 구글 지도를 열심히 뒤졌다.
블로그 글에 대한 신뢰도 없으면서 블로그 글을 쓰는 사람이 여기 있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이 '도랐나 봄'이다.
쓰는 사람이 조금 돌아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The Grounds of the City라는 브런치집이 평이 좋다.
마침 지나다니면서 몇 번 본 곳인데, 중국인들이 엄청 줄을 서 있길래 흥미가 있던 집이다.
바로 여름동산을 출발해서 타운홀 근처 QVB 맞은편 The Galeries 쇼핑몰 1층에 있는 이곳에 왔다.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
90년대 델몬트 오렌지 주스 사은품으로 주던 유리잔을 카페로 만들면 대략 이런 모습일 거다.
쓰면서 생각해 보니 을지로에 있는 '호텔 수선화'를 조금 깔끔하게 바꾼 버전이다.

호주에 왔으니 따뜻한 플랫화이트를 마셔야지.
커피는 산미가 강하다.
물론 '정상 산미 범위'에 들어가는 정도고, 태국에서 나오는 빙초산 커피 수준은 아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부연 설명하자면, 방콕 시내에 유명하다는 카페들(예를 들어 나나커피로스터즈 같은)은 빙초산 맛 아이셔 커피를 내놓는다.
메뉴를 쭉 둘러보는데 양고기 베이컨 오믈렛 세트가 있길래 주문했다.
양고기로 베이컨이라니 완전 신기 신기.

양고기 베이컨은 양 특유의 누린내를 화학적으로 추출해서 인공 조미료로 만든 뒤, 그걸 실수로 부어버린 맛이다.
여기가 일본이었으면 혐한을 당했다고 생각했을 정도의 맛이다.
심지어 오믈렛에도 그 냄새가 배어서 도저히 참고 먹어줄 수 없는 맛이다.
프랑스에서 먹은 염소 치즈 보다도 냄새가 심하다.

브런치를 먹었을 뿐인데, 지쳐버려서 카페를 나섰다.
카페 분위기가 식당 분위기여서 오래 앉아있을 분위기가 아니다.
시내를 구경하다 보니 '함께 가는 친구'의 면세점이 있다.
시게미츠(重光) 그룹의 면세점이 있다고 쓰고 싶은데, 그러다가 고소당한다고 만류하던 직장 동료의 얼굴이 떠올라 쓰지는 않겠다.

바로 옆에는 시드니타워가 있다.
시드니타워 저층부에는 웨스트필드가 있다.
국내에 웨스트필드를 로고까지 고대로 베껴서 사용하는 회사는 없으니 구독자 여러분들은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심심한데 책이나 사서 읽을까 싶어서 서점을 찾으러 들어갔다.
대형 쇼핑몰인데 서점은 있겠지.

서점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쇼크를 받았다.
中 TCL社의 TV가 가전 매장의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세상에......
그 옆에 LG전자의 TV가 있다.
중국 가전제품이 프리미엄으로 팔리고 있다니 (실제 판매량은 의문이지만)
디스플레이는 진짜 끝났구나 싶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업체들도 결국 중국 진출 외에는 답이 없나 보다.

dji는 이제 그냥 기술의 상징이 된 거 같다.
핫셀블라드까지 인수하였으니, 핫셀블라드가 풀프레임 시장으로 내려오면 캐니소는 이제 죽은 목숨이구나 싶다.

한국에서는 공홈에서 티켓팅 전쟁을 해도 구할 수 없는 '캐논 파워샷 V1'이 여기서는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ㅡㅡ
2021년에 70만 원에 산 내 '캐논 파워샷 G7x Mark III'이 요즘 170만 원에 거래가 되는 걸 보면, 캐니소는 망해야 될 거 같다.

찾아보니 스타필드... 아니 웨스트필드에는 서점이 없다고 한다.
호주인들은 책도 안 읽나?
아무튼 커피라도 마시려고 웨스트필드 맞은편에 있는 더 스트랜드 아케이드에 왔다.
2일 차에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여기서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이 안에도 카페가 여럿 있는데, 여기 Gumption by Coffee Alchemy라는 카페에 손님이 제일 많길래 왔다.

메뉴는 간단하다.
플랫화이트가 유명하다길래 마셔보기로 한다.

커피는 호주에서 와서 처음 마셔본 고소한 커피다.
커피 자체는 맛있는데, 우유는 글쎄...... 우유가 거의 매일우유 맛이어서 깔끔하기는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유지방 범벅인 맛과는 좀 멀다. 아쉽~
커피 마시면서 백인들 구경하고 있는데, 턱수염이 짙게 난 보리스 존슨을 닮은 백인이 고라파덕 귀걸이를 하고 지나간다.

바로 구글에서 고라파덕 귀걸이를 검색해서 홍주희 회계사(가명)에게 보내주고 있는데, 그 백인이 다시 지나가다가 내 핸드폰 화면을 쓱 보더니 내 얼굴을 확인하고 걸어간다.
홍주희 회계사(가명)에게는 상황을 설명하고 본인 귀책사유에 의한 자연사로 처리해 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말만 그렇게 하고 사실은 바로 도주한다. ㅋㅋ
거리로 나오니 길에 제네시스 전시장이 있다.
사실 호주 오기 하루 전 날 차를 새로 뽑았는데, 선택지 중 하나가 제네시스 G70이었다.
아쉽게도 제네시스를 출고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반갑다.

서점이 없다면 도서관이라도 있겠지 싶어서 도서관을 찾아본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이 있다.

시드니 증권거래소라고 한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의회도 지나친다.

도서관 도착!

들어왔는데, 내가 아는 도서관의 모습이 아니다.
알고 보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은 호주 작가들의 그림도 모았다고 한다.

식민지 초창기 시대 백인들의 그림도 많지만 어보리진들을 그린 그림들도 있다.
어보리진들을 그린 그림은 대부분 예술 작품보다는 과학적 목적(?)으로 그린 거 같은 그림이 많은데, 이 그림만은 뭔가 예술적인 목적으로 그린거 같다.

빠질 수 없는 캥거루 그림

드디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에 왔다. 오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면 전부 책들이 아니고 자료집이다.
그리고 앉아있는 사람들도 다들 노트북 하고 있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ㅡㅡ;;;

결국 도서관에서 책은 못 찾았다.
하긴 서울에서도 서점이나 도서관은 찾기가 어려우니, 글로벌 트렌드라고 이해해야겠다.

그래서 아예 구글 지도에서 서점을 검색해서 서점을 찾아간다.
다행히 시드니 시내에 한 곳이 있다.

DYMOCKS라는 서점이다.
이 앞에 여러 번 지나갔었는데, 서점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랜덤 책을 팔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악성재고 해소하려는 수작이 아닌가 의심부터 든다.
한 시간 정도 쭉 둘러봤는데, 읽고 싶은 책은 못 찾았다.

다만, 잘 아는 변호사님이 좋아하는 '윌리를 찾아서' 책을 팔길래 하나 샀다.
평상시에 타인에 대한 정보를 귀 담아 듣지 않는 타입인데, 이건 좀 특이해서 그런지 보자마자 떠올랐다.

다시 타운홀 쪽으로 나와서 시내 구경을 한다.
오늘 아침 비행기로 방콕으로 돌아간 프안에게서 연락이 온다.
어제 못 산 Swisse 비타민 중에 잠 잘 오게 하는 비타민을 찾으면 사서 다음에 방콕에 올 때 전달해 줄 수 있냐고 그런다.
기본적으로 프안님의 입사 동기들 중 매주 최소 한 명은 호주에 올 텐데 굳이 나한테 부탁을 하신다. ^^
너 3월에 인천 비행 없으니깐 내가 4월에 방콕 갈 때나 줄 수 있을 텐데?라고 돌려서 물어보니 괜찮으시단다.
정말 프안은 대인배이다.
그래서 마침 QVB 근처니깐 안에 들어가서 사진 쫙 찍어서 "여기에는 없네~"라고 답장해 주었다.
눈치는 있어서 또 여행 중에 귀찮게 해서 미안하시다고 하신다. ^^
프안 때문에 피곤해져서 바로 여름동산으로 넘어왔다.

여름동산에 온 김에 또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서 1일 차에 왔던 '써머힐 호텔'에 왔다.
그런데 메뉴에 웰링턴 스테이크가 있길래 또 주문해봤다.

웰링턴 스테이크라서 속이 웰던일 줄 알았는데, 속이 미디엄 레어다.
미쳤다 이건.
육즙이 고대로 빵속에 갇혀있어서 엄청 촉촉하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아래 깔려있는 감자도 버터랑 막 버무려서 고소하고 너무 맛있다.
진짜 대만족! (대만관광청 아님)

저녁 먹고는 옆에 있는 마트를 좀 구경해 본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주말에 먹을 식료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한국으로 사갈 과자들 구경하고 과일 좀 구경하다가 그냥 왔다.
6일 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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