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31. 00:40ㆍ여행
시드니 여행 2일 차다.
본격적인 시내 구경을 하려고 나오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이 칙칙한 모텔도 해를 받으면 이렇게 이쁠 수 있구나.
왠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매직 킹덤'에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플로리다 프로젝트'면 인생이 너무 힘든데... ㅋㅋㅋㅋㅋ

일단 브런치를 먹기 위해 시내로 가야 한다.
시내를 가기 위해서 여름동산 역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동네를 둘러본다.
지베르니에서 본 것 같은 낡은 유럽식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햇빛이 이상하다.
뭔가 따가운 건 아닌데,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있다.

아무튼 여름동산 역에서 시티로 들어가는 열차를 탄다.
시드니는 여기저기 공중전화가 아직 많이 남아있던데, 여름동산 역에도 하나 있다.

서리 힐 (Surry Hills)이라는 곳에 가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하여, 인근에 있는 센트럴 역에 왔다.
밖에서 보니 역사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내가 본 역 중에 베를린중앙역 다음으로 큰 역인 것 같다.

역에는 이렇게 시계탑도 있다.
이것도 시드니 사암으로 만들었을 것 같다.

서리 힐즈를 올라가는 길.
이름에 언덕이 들어가는데도, 언덕이 있으리라 눈치를 못 챘다.
출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설렁설렁 걸어 다니는 호주인들 사이를 부지런하게 스쳐 지나며 언덕을 올라간다.

도착한 곳은 파라마운트 커피 프로젝트(Paramount Coffee Project)이다.
나는 대기 없이 바로 입장했는데, 내 바로 뒤에 도착한 홍콩인 부부는 자리가 없어서 대기를 한다.

메뉴는 뭐 엄청 많은데, 나는 유명하다는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으러 왔다.
또 호주식 브런치 하면 아보카도 토스트가 유명하다고 ChatGPT가 그러던데, 사실인지는 모른다.
추가로 호주에 왔으니 플랫화이트는 무조건 시켜야지!

커피는 마실 줄이나 알지 만들 줄은 모르지만, 직원분들이 열심히 만드는 모습을 보니 뭔가 전문성이 있어 보인다.
기대가 많이 된다. ㅋㅋㅋㅋㅋ

우선 나온 플랫화이트.
스포일러지만, 이 플랫화이트가 호주에서 먹은 모든 커피들 중에 가장 맛있었다.
우유도 맛이 있으면서 커피도 살짝 산미가 있으면서 향이 좋은, 아주 맛있는 커피였다.

아보카도 토스트는 뭐......
비주얼부터가 범상치 않은 게 딱 보이지 않는가?
빵은 바삭과 딱딱의 사이로 구워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보카도와 달콤한 토마토, 바질, 그리고 시큼한 절인 양파가 입안에서 한 번에 향을 내뿜는다.
세 번째 씹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보카도의 맛이 메인으로 올라오려고 하지만, 이때 페페론치노도 서서히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요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요리사의 고민을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 아보카도 토스트를 맛보고 그의 고뇌를 이해하였다.
호주에 미슐랭 가이드가 상륙한다면, 최소 빕구르망은 받을 곳이니 그전에 다들 방문해 보시기 바란다.

브런치를 먹고 나와, 시내를 향하여 걷기 시작한다.
어차피 센트럴 역 다음이 시청 (Town hall) 역이니 소화할 겸 걸어간다.

미국도 그렇지만, 시드니도 건물들이 다채롭다.
런던 화이트홀 근처에서 볼법한 건물 옆에 커튼 월의 초고층 빌딩이 서 있기도 하다.

15분 정도 걸었는데도 센트럴역이 코앞에 있다.

호주는 횡단보도마다 이런 게 붙어있다.
이것을 눌러야지 보행자 신호등이 켜진다.
왠지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은 디자인의 버튼을 본 거 같기는 한데, 어디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곡선이 이뻐서 찍어본 건물

곡선과 빛이 너무 이뻐서 찍어본 건물
빛이 이쁘기는 한데, 햇빛이 도저히 이상해서 안 되겠다.
검색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화장품 가게에 갔다.

역시 피부암 1위 국가답게 자외선 차단제 종류만 수백 가지다.
호주에서 제일 인기 있는 브랜드는 Cancer Council이다.
수익금이 암 연구에 사용된다고 하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남성용 제품도 여러 가지여서 나는 남성용 제품으로 구매해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여러 번 덧칠을 해도...... 햇빛이 잘 안 막아지는 느낌? ㅋㅋㅋㅋㅋ
아 설마 이래서 피부암 1위인 건가......

쇼핑몰을 나오니 세 원숭이가 보인다.
이모티콘에 있어서 유명하지만, 원본은 일본 닛코에 있는 동조궁이라는 신사에 있다.
이모티콘 때문에 나도 언젠가 방문해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인데, 시드니에서 마주치니 반가웠다. ㅋㅋㅋ

시드니 시청이다.
시청 주변에는 빅토리아 양식 건물이 많은데, 전부 시드니 사암으로 만들어져 있다.

홍콩 하우스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원래는 호텔이었다고 한다.
창문의 종류가 여럿이어서 신기해서 찍어봤다.

이 일대에서 가장 존재감을 보여주는 건물은 퀸 빅토리아 빌딩 (Queen Victoria Building, "QVB")이다.
다른 건물들과 달리 로마네스크 양식의 돔이 시선을 끈다.

이렇게 석상들도 있어서 구경하는 맛이 있는 건물이다.
그런데 내부는 쇼핑몰이다. ㅎㅎㅎ

시드니 라이트레일 전용 도로이다.
우리나라 노면전차 도입 뉴스를 보면 노면전차 노선은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횡단할 수 있어 보행자 친화적이라는 뉴스가 많은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ㅋㅋㅋㅋㅋ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길래 들어와 본 건물.
내부는 마치 밀라노의 갤러리 같이 생겼다.

1층에만 사람이 많고, 3층 가게들은 파리 날리고 있다. ㅋㅋㅋㅋㅋ

시드니가 어떤 도시인지 잘 보여주는 공간 같다.
평화롭고 여유 있다.


건물에는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있길래 한 번 타봤다.
걸어 내려오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이쁜 쇼핑몰을 나오니 보기 드물게 꽃이 심어져 있다.
생각보다 다른 나라들은 꽃 심는 데에 열중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좀 널찍한 인도가 있으면 당연하게 꽃을 심은 화분을 가져다 놓는데, 호주는 그것보다는 나무를 많이 심는 것 같다.

엄청 큰 랄프 로렌 가게가 있다.

어느 건물에 호주 국장(國章)이 있다.

결국 현대식 건물들 보다는 이런 고전 건물들이 더 눈이 갈 수밖에 없나 했는데...

갑자기 르 코르뷔지에가 지었을 것 같은 건물이 튀어나온다.

못 생겨서 더 눈이 가는 시계탑.

그 와중에 PwC Australia가 보인다.
마침 로고를 교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PwC 로고가 가장 아름다운 Big 4 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교체로 인해 모두 평등하게 못 생겨졌다.

PwC 건물 앞에는 바다가 있다.
갑자기 개천도 아니고 바다가 튀어나오는 게 역시 항구 도시답다.

호주는 곳곳에 이런 공공 공간이 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좋아 보인다.
우리나라였으면 이 자리에 카페를 만들었을 텐데......

멀리 하버브리지도 보인다.

ANZAC 대교도 보인다.
하버브리지는 유명하고 ANZAC 대교는 안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리나위 코브(Marrinawi Cove)라는 포인트까지 왔다.
그런데 오전에는 역광이어서 여기는 오후에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뜬금없이 길 한가운데 있는 차.

가까이서 보니 하버브리지는 엄청 크다.
특히 하버브리지에 있는 저 벽돌 탑의 매스(?)에서 나오는 멋있는 그런 게 있다.
그런데 저 탑은 기능이 있는 건 아니고 장식용이라고 한다. ㅋㅋㅋㅋㅋ

하버브리지 아래에서는 이렇게 오페라 하우스가 한눈에 보인다.

하버브리지를 바로 코 앞에서 봤으니, 오페라 하우스나 다시 가보자 하고 서큘러 키 방향으로 간다.

뜬금없이 있는 영국 스타일 공중전화.

서큘러 키에 와서 배들을 구경한다.
노선만 8개가 넘어가는 것 같았는데, 그중에 가장 장거리인 맨리 (Manly)로 가는 페리가 5분 안에 출발 예정이다.
맨리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왠지 30분 배차간격인 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바로 탑승했다. ㅋㅋㅋ

시드니 트레인즈와 동일하게 오팔 카드를 받으며, VISA, MASTER, AMEX도 받는다.
나는 시드니 트레인즈 탑승할 때와 동일하게 하나 Amex카드를 개찰구에 찍고 탑승한다.

남자다운 곳으로 간다.
실제로 뭔 원주민 남자가 남자답게 서있어서 맨리라고 하던데, 어디서 주워들은 거라 확실하지 않다. ㅎㅎ

배는 실내와 실외에 앉을 수 있는데, 사진을 위해 실외에 앉는다.

출발하자마자 오페라 하우스가 보인다.

시드니 시내 전경이 보인다.

딱 봐도 부자 동네

태평양의 거대한 파도가 배를 때리기 시작하면 맨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서큘러 키에서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내릴 때는 카드 안 찍어도 된단다.

맨리 시내의 모습이다.
맨리 해변까지는 500m 정도 걸어야 되는데, 가는 길에 전부 기념품 샵이다.
전형적인 관광지라 이 말이다.

맨리 해변에 도착하였다.
저 수평선을 향해 가면 수 천 km를 가도 계속 바다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뭔가 건너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ㅋㅋㅋㅋㅋㅋ
수평선에 걸쳐있는 것은 프랑스 몽생미셸인가 싶어서 찍어봤는데, 아쉽게도 평범한 군함이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또 근처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 본다.
좀 이뻐 보여서 이곳으로 골랐다.

이번에는 호주 쇠고기 햄버거를 시켰는데, 별로다.
좀 잘 알아보고 들어올걸 그랬다.
왠지 장사가 잘 안 되더라니......

점심 먹고 다시 맨리 해변으로 왔다.
바다 사진은 하늘이 이뻐야지 이쁘게 나온다.

그런데 맨리에 왔더니 하늘이 우중충해서 별로 사진 찍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그래서 바다에서 눈을 거두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게 있다.
도마뱀인 듯?


그리고 이런 칠면조 같은 애들이 엄청 많다.
사람들이 풀어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많다.

뭐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해변 모래에 뒹굴고 있는 애들도 여럿이다.

맨리 해변에서 남쪽으로 가니 등산로 같은 게 있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안 올라가던데, 또 막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가본다.

해안 절벽을 따라서 쭉 가니 나름 경치가 이쁘다.

30분 정도 가니 어느새 맨리 해변이 저렇게 멀어져서 어떻게 돌아가나 싶었는데, 일단은 끝까지 가본다.
아무도 안 다니는 길이라기에는 등산 안내 표지판이 계속 있어서, 끝을 보고 싶다.

올라가는데 갑자기 하늘이 갠다.
변덕스러운 호주 날씨다.

호주 대륙의 식물은 징그럽게 생겼다.

그래도 호주의 하늘은 아름답다.

하지만 호주 대륙의 식물은 징그럽게 생겼다.

갑자기 뜬금없이 건물이 튀어나온다.
뭔가 했더니 제2차 대전 시기에 만들어놓은 병영이라고 한다.
연무대가 떠올라서 기분이 급격하게 안 좋아진다.
생각해 보면 논산에서 특별히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한 것도 아닌데, 남들보다 논산에 대한 기억이 안 좋은 거 같다.
그래봤자 못 씻고, 잠 잘 못 자고, 이런 것들일 뿐인데, 왜 10년이 지나서도 논산을 연상시키는 곳을 보면 진절머리가 나는지?
언제 한 번 날 잡고 탐구해 봐야 될 주제다.

얘네들이 사람을 안 무서워하고, 피하지도 않는다.
만약 한국이었으면, 무농약, 무항생제 자연산 토종닭으로 사람들이 잡아먹었을 것 같은데, 백인들은 이걸 왜 안 잡아먹는 걸까?

꽃 같이 생긴 게 하나 펴있다.

꽃이 귀신 처럼 생겼다.

1시간 반을 걷고 나니 공동묘지에 도달한다.
이곳을 오기 위한 등산로였다.
배에서도 보였던 이곳은 흑사병으로 격리된 사람들이 묻힌 묘지라고 한다.
병으로 죽어가면서도 외로움 때문에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 묻혀달라고 한 것이었을지?

바다 건너 왓슨스 베이 쪽도 보인다.

공동묘지 근처에 이런 카페를 발견했다.
Bella Vista라는 카페로 이탈리아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앞에 주문을 하던 할아버지가 이탈리아 관광객이어서, 서로 어디에서 왔냐고 묻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또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기다리는데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커피도 나쁘지 않다.

저 멀리 시드니가 보이는 경치가 아름다운 카페다.
이런 풍경을 매일 바라보고 있으면 카페 이름을 Bella Vista로 하고 싶어 지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페에서 쉬다가 이제 버스를 타고 맨리로 돌아간다.
1시간 반을 걸어왔지만 버스로는 15분이면 내려간다. ㅎㅎ

버스는 오팔카드가 있으면 탑승할 수 있다.
물론 아멕스, 마스터, 비자도 받는다.

맨리 항구에 도착해서 올때와 똑같이 페리를 타고 시드니 시내로 간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자리 커플이 불어를 쓴다.
여행 오셨냐고 물어보니 호주로 이민 왔다고 한다.
생각보다 시내에 불어 쓰는 사람들이 많던데, 프랑스계 이민자들이 많은가 싶다.

어느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다시 보인다.

서큘러 키 역에 접근한다.
페리 터미널과 기차역을 딱 붙여놓아서 정말 편리하다.
이 설계를 한 사람에게는 상을 줘야 된다.

서큘러키 승강장에서 중국인들 수십 명이 틱톡을 찍고 있다.
아마 여기서 틱톡을 찍는 게 중국에서 유행인 거 같다.
그런데 무진장 이쁘기는 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뉴타운 역에 왔다.
맛있는 양고기 스테이크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이 사진 찍고 나서 역 주변을 돌아보니 미국 다운타운 온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노숙자들이 사방에 누워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 노숙자들과 달리 주사기 대신 술병을 들고 있는 점은 매우 안심이 된다.

Bloodwood라는 곳에 왔다.
술이 다양하게 있었지만, 등산 때문인지 물만 마시고 술은 주문하지 않는다.

대망의 양고기 스테이크다.
바닥에는 매쉬 포테이토가 깔려있는데, 주황색의 양고기 기름에 아예 빠져있다.
양고기라면 냄새 때문에 잘못 먹는데, 여기는 냄새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물론 아예 안 나는 건 아니었음)
감자와 양기름이 섞이면서 부드럽고 지방이 풍부한 맛이 나는데, 진짜 환상적이다.
양고기는 하얀색 시큼한 크림과 같이 먹었는데, 정말 야들야들하게 부드러워서 정말 맛있다.
양고기가 느끼해지려고 하면 뿌려져 있는 후추 덕분에 또 바로 잡히는 것도 만족스럽다. ㅎㅎㅎㅎㅎ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내일 있을 본격적인 등산에 대비하기 위하여 숙소로 돌아와서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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