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 (2026.02.28)

2026. 6. 13. 00:32여행

역설적이게도 실체가 없는 것들을 믿음으로써 우리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기도 한다.

한 인간이 모체에서 분리되는 시점의 태양계 행성들의 위치가 그 인간의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믿는 행위로 인하여, 이재모 피자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대학 동기님들께서 부산에 사주보러가자고 해서 뭔 부산까지 가서 사주를 보냐고 했는데, 사주집 앞에 이재모 피자가 있다고 해서 바로 같이 가겠다고 했다. ㅋㅋㅋㅋㅋ

 

허구한 날 해외로 나돌아 다니니 정작 국내 여행은 다닐 일이 없어 이재모 피자를 미디어 매체로만 접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또한 내가 태어난 시각의 목성과 화성의 위치로 인하여 미리 결정된 미래였으리라.

 

 

택시를 타고 새벽같이 광명역에 도착한다.

광명역은 집에서 20분이면 도착해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광명역은 1층에 매표소, 대합실과 상업시설이 있고, 지하로 내려가야지 승강장이 있다.

지하 승강장에는 엔젤리너스 밖에 없는데, 맛은 없지만 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1층에 있는 탐앤탐스나 던킨도너츠 등은 모두 항상 붐벼서 시간이 촉박할 때는 이용이 어렵다.

그리고 나는 항상 광명역에 촉박하게 도착한다. ㅋㅋㅋㅋㅋ

 

 

최초의 KTX 설계시 모든 열차는 서울까지 가지 않고 광명역을 시종착 역으로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광명역을 초대형으로 지어놨는데, 계획이 바뀌면서 경부선 계통은 서울역으로, 호남선 계통은 용산역으로 시종착역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호남선이 용산역에 시종착하게 된 것 또한 KTX 개통 이후부터라고 한다.

 

 

보통 내가 KTX를 예매할때는 정중앙인 10호차 또는 11호차를 예매하는데, 이번에는 같이 가는 친구가 1호차를 원한다고 하셔서 1호차로 예매하였다.

 

KTX-I은 2호차와 3호차가 특실이고, 1호차는 혼자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용하단다......

내가 타면 그 객차는 시끄러워 지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ㅎ

 

 

광명역은 1호차나 20호차까지 가면 야외다. ㅡㅡ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아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기달렸다.

 

 

프랑스산 KTX-I 열차가 들어온다.

이제는 너무 오래된 느낌.

 

 

KTX011 행신발 부산행 열차다.

1호차로 탑승한다.

 

 

토요일 오전 부산행 열차여서 그런지 열차는 매진이었다.

KTX는 항상 자리를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불편하다.

 

차라리 요금을 올려서 수요를 좀 줄이는 건 어떨지?

생각해 보면 KTX 요금이 다른 교통수단들에게는 요금 상한이 되는 셈이니깐, 다른 교통수단들도 발전하려면 KTX 요금을 올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커피를 못 사서 KTX 열차 안에 있는 자판기로 와봤다.

옛날 무궁화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요즘에도 있으려나?

 

블랙커피는 없고, 설탕이 듬뿍 들어간 커피 밖에 없다.

 

 

캔커피는 공짜로 줘도 안 마시는 편인데, 어쩔 수 없이 마신다.

지나치게 달아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3시간여 만에 부산역에 도착한다.

부산은 올 때마다 좋은 도시인데, 왠지 모르게 나는 주변에 경상도 사람들이 많아서 부산에 여행 가자고 하면 아무도 같이 가주지 않는다.

 

그래서 부산에서 숙박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에도 당일치기로 돌아갈 예정이다.

 

 

버스를 타고 광복로까지 왔다.

여기는 광복로 패션거리 끝에 있는 정이철학원이라는 곳이다.

 

정이철학원 부산 중구 대청로 97-1

 

같이 온 친구가 작년에 여기서 신년 운세를 봤는데, 당시에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랑은 결혼을 못하고 새로운 남자와 11월에 결혼을 한다고 했더랬다.

그래서 너 같이 신중한 사람이 퍽이나 1년도 안 돼서 결혼을 하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2월에 사귀던 남자는 우울증으로 잠수를 타셔서 헤어지시고 4월에 새로 만난 남자와 11월에 결혼을 하셨다.

 

 

내부는 내과 의원처럼 생겼다. ㅋㅋㅋㅋㅋㅋ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니 일찍 도착하는 사람들도 부담이 없다.

 

친구들은 15분에서 30분 정도 사주를 봐주셨는데, 나는 5분밖에 안 봐주셨다.

이게 기본적으로 내가 내 얘기를 해야지 상대방이 그걸 듣고 맞추는 척(?)을 원리인 거 같은데, 나는 별로 할 얘기가 없어서 입 다물고 있었더니 본인도 할 얘기가 없다고 한다.

 

다만, 4, 5, 6월에 이동 수가 많고, 7월에는 이직을 한다고 한다.

4월 방콕 여행과 6월 파리 여행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쳐도, 4, 5월에는 이상하리 만큼 출장이 많았다.

 

7월에 실제 이직을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철학원을 나와서 이재모 피자로 온다.

정말 규모가 엄청나다.

 

이재모피자 본점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31

 

일 차선 일방통행 도로와 왕복 2차선 도로가 만나는 조그마한 사거리에 이재모피자 본점, 이재모피자 본점 2, 이재모피자 포장배달점 그리고 이재모피자 본점 고객대기실이 있다.

 

 

미리 사주를 보는 사이에 캐치테이블로 예약을 했음에도, 1시간 동안 사주를 보고 나왔음에도 1시간 반이나 시간이 남았다.

고객대기실도 포화상태여서 인근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이재모피자 본점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들어간다.

 

그리다부부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35-1

 

이재모피자 본점 바로 옆에 있는 카페다.

 

 

흔히 맛집 옆에서 대기 손님을 받는 평범한 카페일 줄 알고 들어왔는데, 분위기가 있다.

사장님이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쓰신 느낌이 난다.

 

 

커피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고소한 원두는 아니었지만, 신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맛이다.

 

카페에서 1시간 정도 노닥거리니 입장 안내 카톡이 온다.

 

 

내부로 진입한다.

 

 

아니 내부가 이렇게나 넓은데, 사람들이 3~4시간씩 대기를 한다고 한다.

심지어 광복로에만 이런 매장이 두 개나 있는데...... ㄷㄷㄷㄷㄷ

 

 

보통 콤비네이션 피자와 김치볶음밥을 주문한다고 하여 우리도 똑같이 주문한다.

포테이토피자도 땡겨서 추가한다.

 

다만, 피자는 무조건 치즈크러스트에 치즈 추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명품 김치볶음밥

 

가장 먼저 김치볶음밥이 나온다.

와 미친...

 

김치볶음밥이 진짜 미쳤다.

모르는 맛은 아닌데, 진짜 적당하다.

 

전혀 달지 않으면서 살짝 매우면서 짠맛이 난다.

김치볶음밥의 기본에 정말 충실한 맛이다.

 

 

다음으로는 포테이토피자가 나온다.

이거는 오히려 살짝 안에 들어있는 토마토소스가 달다.

 

거기에 미친 듯한 치즈의 풍미가 올라온다.

그런데, 유럽에서 먹는 찌인~하고 본격적인 치즈가 아니라 치즈의 향은 진동을 하면서 지방의 맛은 다소 자제한 맛이다.

 

정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맛이다.

 

 

마지막으로 콤비네이션 피자가 나온다.

이거는 내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뻔한데 폭력적인 맛"이다.

 

이미 2000년대에 유행하였던 살짝 달달한 콤비네이션 피자의 맛인데, 거기에 위에서 말한 치즈가 얹었다.

이게 한국형 피자의 완성본이 아닐까?

 

 

 

치즈 크러스트 안에는 피자헛에서 볼 수 있는 그냥 스트링 치즈가 들어간 게 아니라 뭔가 제대로 된 치즈가 들어있다.

그 치즈는 또 맨 빵이랑 먹는 걸 감안했는지 달다.

 

정말 치즈크러스트가 맛있다.

 

 

피자를 배불리 먹고, 이재모 피자 뒤에 있는 용두산에 올랐다.

 

 

서울은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뿐인데, 남쪽이라 그런지 꽃이 조금씩 올라온다.

부산타워는 굳이 안 올라도 될 거 같아서 바로 택시를 타고 영도로 간다.

 

 

우선은 '신기산업'이라는 카페에 왔다.

경치가 좋기는 한데, 날씨도 흐리고 결정적으로 만석이여서 그냥 옆에 있는 신기커피로 간다.

 

신기커피 영도 부산 영도구 와치로 65

 

 

여기는 '신기산업' 보다는 규모가 커서 자리의 여유가 있다.

 

 

다만 여기는 카페 내부에서 바다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대나무 숲이 보여서 숲 속에 온 느낌이 난다.

 

 

내부는 깔끔하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고,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다.

 

 

여기는 팬케이크 맛집이라고 해서 두바이쫀득팬케이크를 한 번 시켜봤다.

팬케이크는 살짝 단데, 안에 있는 피스타치오 카다이프는 달지 않고 피스타치오 향이 강하다.

 

그래서 조화롭게 커피와 마시기 좋다.

다만, 커피는 그냥 평범하다. ㅎㅎㅎ

 

 

커피를 마시면서 한참을 놀다가 부산역으로 돌아왔다.

부산역에 한영회계법인 간판이 생겼다.

 

겨울에도 잘 안 보이는데, 여름에는 어쩌려고 저기에 간판을 세워놨는지 이해가 안 된다.

 

 

부산역 맞은편에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여기에 낙천각이라는 중식집의 양꼬치가 진짜로 내가 먹어본 양꼬치 중 제일 맛있는데, 오늘의 목적지는 그곳이 아니다.

 

 

친구들에게 내가 새로 발견한 맛집을 소개한다.

작년에 용역을 했던 부산 소재 고객사에서 소개해준 정짓간이라는 곳이다.

 

정짓간 부산역점 부산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1

 

회사에서는 본점으로 데려가 주셨는데, 본점은 저 멀리 신평에 있어서 아쉬운 대로 부산역점으로 왔다.

 

 

미슐랭가이드에서 빕구르망을 받은 집이다.

참고로 빕구르망은 별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곳들에게 주어지는 등급이다.

 

 

정짓간은 이 수육백반이 유명하다.

푹 끓은 돼지국밥과 항정살이 따로 나오는 메뉴인데, 뭐 항정살이 나오는데 맛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냥 믿고 먹으면 되는 수준이다.

 

 

국밥을 먹고 설렁설렁 부산역으로 왔다.

나는 광명으로 가야 해서 060 열차 (KTX-I)를 탑승하고, 일산 사는 친구는  182 열차 (KTX-청룡), 잠실 사는 친구는 SRT를 탑승하신다.

 

 

광명역은 항상 KTX-I이 들어온다. ㅡㅡ

같은 돈 내는데, 왜 광명역은 좌석이 불편한 KTX-I만 배차하는지 ㅡㅡ

 

 

7시 16분 열차인데, 광명역에 9시 40분에 도착한다.

2시간 34분이라니...

 

다음부터는 걍 비행기 타고 와야겠다.

 

 

광명역에 도착했다.

부산 당일치기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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